제목: 마가의 위대함
본문: 마가복음 14:51~52
[막 14:51-52]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오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52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이 본문을 보면,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오다가 무리에게 잡혔습니다. 그래서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했습니다.
본문에 기록된 한 청년이 누구일까요? 마가입니다. 본문은 마가의 자기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이 열렸던 다락방은 마가의 다락방이었습니다.
요한복음 18장을 보면, 예수님을 잡기 위해 무리들은 수많은 횃불과 무기를 들고 왔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위협적이고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주님을 잡아서 호위해서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용기를 내서 주님을 구하려고 시도하지 못하고, 다만 뒤에서 그들을 몰래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주님을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님을 구할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마가 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스럽게 따라가다가. 결국 무리들에 의해서 잡히고 말았습니다. 달이 훤히 떠있는 밤이고, 그들의 손에는 횃불이 있었기 때문에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는 마가가 매우 잘 보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가에게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군데 따라오느냐?’고 했을 것입니다. ‘홑이불을 뒤집어 쓴 너는 누구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가는 깜짝 놀라서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용감했던 마가가 다시 비겁해졌습니다.
마가는 ‘나는 항상 변치 않는 자가 되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자가 되겠습니다. 주님을 위해 저의 생명까지도 바치는 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수없이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가 잡혀가는 주님 앞에 좀 더 다가갔을 때, 그의 마음이 용기를 내서 잡혀가는 주님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려고 다가갔을 때, 결국 들키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두려워서, 마가는 베 홑이불을 버려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21장에서 베드로가 벗은 몸으로 있다가 겉옷을 입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21:7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 이것은 벗은 몸으로 도망갔던 마가와 그리고 제자들의 모습과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음에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록은 마가복음에만 있습니다.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에서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기록해 놓았던 것입니다. 자신이 쓴 복음서인데, 이것을 빼놓지 않고 기록했습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하나라도 감추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건만, 마가는 이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마가의 이 부끄러운 기록 속에서 마가의 놀라운 신앙의 세계를 보게 됩니다. 주님을 버려두고 도망쳤던 행위. 이것은 마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깊은 골짜기와 같습니다. 가장 짙은 어둠이었습니다. 그러나 마가는 이것을 다 드러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냄으로 이런 자신을 변화시키시고 놀라운 사랑을 베푸셨던 주님을 증거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습니다. 골짜기가 깊을 수록, 더 놀라운 산을 볼 수 있습니다. 마가는 자신의 골짜기를 통해 높은 산과도 같은 주님을 나타내기를 원했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약한 모습, 초라한 모습, 비굴한 모습, 못난 모습.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주님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것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신앙의 길에서, 좋은 것으로만 치장하려고 하고, 좋은 것만 자랑하려고 하고, 좋은 것만 드러내고 남겨놓으려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들의 시각과 그리고 그들에 의해 남겨진 진지하고 정직한 기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마가의 위대함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마가는 너무나 비참하고 못난 제자들을 끝까지 가르치시고 사랑하셨던 주님을 증거하기를 원했습니다. 마가는 ‘주님, 저희는 십자가의 험한 그 길, 죽음의 그 길을 가는 당신께 한 마디의 위로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의 위로도 받지 못하시고 당신은 그렇게 그 길로 가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마가는 비록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위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부끄럽고 연약하고 비겁함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주님 안에 있었던 놀라운 용기를 증거하길 원했습니다. 주께서 눈물과 통곡과 놀람과 슬픔속에서도 그 결심을 꺾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한 길로 가셨던 십자가의 길에 대해서 증거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