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8일차 묵상 말씀>
제목: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본문: 요한복음 13:2-11
2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3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4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5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
6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8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9 시몬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10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11 이는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아심이라 그러므로 다는 깨끗하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묵상]
[요 13:3]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죽음에서 초연해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요한은 지금 이 놀라운 세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주님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의 자세가 주님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은 또한 이 상황에서 무엇을 행하셨습니까? 다음 구절을 보겠습니다.
[요 13:4-5]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5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
우리는 최후의 만찬의 자리, 마지막으로 주와 함께 만찬을 했던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누가는 22장에서 “제자들 안에 다툼이 일어났다”고 자세히 이 상황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주께서 잡혀서 죽임을 당하는 순간에 제자들 안에 “누가 더 높으냐?”라는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만찬을 나누던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대야에 물을 담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셨습니다. 보통 발을 씻기는 사람은 종이었습니다. 혹은 제자를 둔 랍비의 경우에는 제자가 랍비의 발을 씻겼습니다. 그것은 흔히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승 중의 스승이신 주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요 13:7]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 깊은 세계를 알아라. 너희 안에 있는 다툼의 근원을 아느냐?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먼저 낮아지고 섬김을 받고자 하는 자는 먼저 섬겨야 하느니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아직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 안에는 베드로의 한계와 베드로를 향한 믿음과 소망,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이의 사랑의 종이 되기를 자처했던,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갔던 주님의 삶을 묵상해야 합니다. 주님 안에 있는 자유는 사랑의 종 된 자유입니다. 주님은 사랑의 종이 됨으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실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종이 되어 모든 이를 섬겼던 주님의 놀라운 낮아지심과 비움과 희생의 삶을 우리가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요한은 이 말씀 속에서 진정한 권위와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주인과 종의 관계에서 주인은 주인이고 종은 종인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주인의 자리에 있는 자가 종의 자리에 서서 섬기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섬기는 자가 주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가치관의 종말이라고 합니다. 천국에서는 지위와 권위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거나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질서는 어떻습니까? 종의 모습으로 섬기는 자가 섬김 받는 주인이 될 수 있고, 진정으로 낮아지는 자가 진정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권위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와 달리,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 앞에 열려질 미래의 세계는,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미 보여주시고 인도하신 하나님 나라는 사랑의 천국입니다.
사랑은 먼저 섬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고 먼저 섬기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애로운 어머니가 사랑스러운 자녀를 섬김으로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어머니는 결코 아이 위에서 호령하고 지배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종이 되어서 그를 섬기는 자리에서부터 어머니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의 삶입니다.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로부터 발을 씻기기 시작했습니다.